알아두면 쓸모 있는 의료분야 법률상식 '알쓸의식'은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법무팀에서 의료진에게 전하는 뉴스레터입니다. 의료진이 알아두면 쓸모 있을 법률상식을 발송합니다.
Question.
어머니와 어린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어머니는 사망하고 딸은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입원 중입니다. 환자의 아버지는 해외에서 일하다가 사고 소식을 듣고 일시 귀국한 상태라고 하며, 사업을 정리하고 돌아오기 위해 불가피하게 다시 출국해야 하는데 돌아오는 데에 시간이 걸릴 수도 있을 것 같아 대리인에게 위임장을 써주고 출국할 터이니,그 임의대리인에게 의료행위에 대한 설명을 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 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할 때 법적 문제는 없을까요?
Answer.
[법률의 규정]
우리나라 의료법에서는 환자가 의료행위 관련 자기결정권을 자신이 선임한 임의대리인에게 위임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을 두지 아니하고 있습니다. 단지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의료인은 법정대리인에게 의료행위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입니다.
의료법 제24조의2(의료행위에 관한 설명)
① 의사ㆍ치과의사 또는 한의사는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중대한 위해를 발생하게 할 우려가 있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이하 이 조에서 “수술등”이라 한다)를 하는 경우 제2항에 따른 사항을 환자(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환자의 법정대리인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게 설명하고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으로 그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단서 생략)
[판례의 태도]
그런데 우리나라 법원은 위 의료법 조항에 근거한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타인이 대신 행사할 수 없는 일신전속권의 성격을 갖는 권리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즉, 환자에게 의사결정능력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의료인은 환자 본인이 선임한 임의대리인에게 의료행위 관련 설명을 하고 그로부터 서면 동의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료법상 설명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되지 아니할 위험성이 있게 됩니다.
[판결 요지]
[1]신생아는 자기결정권을 가지고 있으나 문제 되는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러한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이러한 경우 친권자가 자녀를 대신하여 진료행위에 대한 동의를 하게 되는데, 이러한 친권자의 동의는 자기결정권이 일신전속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고려할 때 자녀의 자기결정권을 대리하여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친권에서 파생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10.10.21. 자 2010카합2341 결정).
[결론]
환자가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경우 그의 법정대리인이 갖게 되는 권리를 법률에 따라 인정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에 유사한 법정대리인 고유의 권리라고 본다면, 환자가 그의 자기결정권을 본인이 선임한 임의대리인으로 하여금 대신 행사하도록 할 수 없다고 보는 한, 그러한 법정대리인 고유의 권리 역시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마찬가지로 법정대리인의 임의대리인에 의해 대신 행사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본 사례에서 환자의 법정대리인인 아버지(친권자)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민법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친권자가 그 법률행위의 대리권을 사퇴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그러한 때에는 가정법원이 선임하는 법정대리인의 일종인 후견인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927조(대리권, 관리권의 사퇴와 회복)
①법정대리인인 친권자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그 법률행위의 대리권과 재산관리권을 사퇴할 수 있다.
②전항의 사유가 소멸한 때에는 그 친권자는 법원의 허가를 얻어 사퇴한 권리를 회복할 수 있다.
민법 제928조(미성년자에 대한 후견의 개시)
미성년자에게 친권자가 없거나 친권자가 제924조, 제924조의2, 제925조 또는 제927조제1항에 따라 친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행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미성년후견인을 두어야 한다.
민법 제938조(후견인의 대리권 등)
①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정대리인이 된다.
본 사례에서 환자의 아버지는 동의의 의사표시를 요건으로 하는 법률행위의 대리권을 적시에 적절히 행사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고 보이며, 따라서 의사결정능력이 없는 그의 딸을 대신하여 의료행위에 관한 설명을 듣고 서면동의를 할 수 있는 후견인의 선임을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따라서 환자의 아버지에게 후견인 선임을 청구하도록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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